최근 영어공부겸 해서 원서를 좀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킨들 4를 구매했습니다. 아이리버스토리W를 과거에 써본 경험이 있는지라 전자책에 대해 그리 좋은 감정은 없었지만 워낙 주변에서 킨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서 이번만은 꾹 참고(?) 써보기로 결심했습니다. 아이리버의 그것보다 훨씬 더 좋은 퀄리티의 제품이고, 일단 가격이 79불밖에 안된다는 점이 무척이나 매력적이더군요. 특히 파일을 넣으면 영한사전 기능도 가능하다고 해서 주저없이 구입했습니다. 2~3주 가량 써보고 느낀 몇가지 생각들을 소개합니다. 

전자책은 무겁다? 킨들4의 무게는 아이패드의 1/3

  국내에 가장 많이 보급된 전자책은 단연 스마트폰입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ibooks는 사람들에게 전자책으로의 입문(?)을 강력하게 추천하는 앱이기도 하죠. 반면 e-ink기반의 전자책은 이제 '고리타분한 것'으로 여겨지곤 합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전자책을 이야기하면 e-ink는 '낡은 것'으로, 태블릿을 전자책으로 생각하고 계실겁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전자책의 주요 플랫폼으로 여겨지다 보니 사람들은 전자책을 '무거운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아이폰은 비교적 가볍지만 너무 화면이 작고, 태블릿은 화면이 넓지만 500g이상의 무게로 한 손으로 들거나 여기저기 가지고 다니기엔 불편하기 때문입니다. 

 킨들4를 통해 이 고민이 해결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킨들4는 180g입니다. 한손으로 들고 있어도 무척이나 가볍습니다. 스크린은 6인치의 e-ink디스플레이를 사용하고 있죠. 일단 무게가 아이패드의 1/3 수준 밖에 되질 않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휴대할 수 있는 크기와 무게입니다. 사실 킨들4 이외에도 대부분의 전자책들이 꽤 가벼운 무게를 자랑합니다. 아이리버스토리나 킨들터치 등의 경우도 200g 후반대의 무게여서 기존 태블릿에 비해 훨씬 더 무게부담이 적습니다. 



e-ink는 후지다? 가독성만큼은 최고!

 태블릿을 제외한 대부분의 전자책 단말기들은 대부분 e-ink를 탑재하고 있습니다. 킨들파이어나 아이패드. 갤럭시탭 등은 백라이트를 채용한 컬러디스플레이를, 킨들과 아이리버스토리 등은 e-ink기반의 흑백디스플레이를 채용하고 있습니다. 아직 컬러e-ink 디스플레이가 상용화되지 못한 탓에 흑백과 컬러로 디스플레이 스타일이 나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한 바와 같이, 컬러디스플레이는 백라이트 방식으로 눈이 쉽게 피로해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장시간 독서에는 꽤 부담스럽죠. 그러나 e-ink는 반대입니다. 흑백이고, 종이와 비슷한 방식이기 때문에 어두운 곳에서 읽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는 반면, 한번 충전시 1개월 가량을 사용할 수 있고(와이파이를 꺼둔 킨들4의 경우), 가독성이 뛰어납니다. 실제 킨들4를 써보니 알겠더군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만큼의 고성능이나 화려한 표현력, 퍼포먼스는 없지만 단지 텍스트를 읽는다는 점에서는 무척이나 만족스러웠습니다. 가독성만큼은 다른 어떤 컬러디스플레이보다 낫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자책 콘텐츠가 부족하다? 책 자체는 부족.. 다양한 구독기능으로 활용도 Up!

 아마존을 기반으로 일반 도서와 거의 동시에 출간되는 해외의 전자책시장과 달리, 국내는 가격이나 콘텐츠의 절대량 부족으로 인해 시장의 성숙이 아직 '시기상조'라는 말도 들립니다. 사실 책 자체는 그렇습니다. 아직 국내 전자책 시장은 무척이나 협소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프라인과 동시에 출간되는 책들도 적고, 단말기도 아직 부족합니다. 특히 킨들4의 경우는 국내 책 구독이 불가능하고, 오로지 아마존닷컴에서 판매되는 책들만 구독가능하기에 한국어 콘텐츠는 더욱 부족합니다. 

 그러나 저의 경우, 킨들4를 통해 그 부족을 크게 느끼고 있진 않습니다. 일단 구입목적 자체가 원서구독에 있었던 점이 크고, 정기구독중인 DBR은 PDF로 다운받아 킨들에 넣어 읽고 있습니다. 그리고 웹서핑 중 찾아내는 정보들은 Instapaer에 보냈다가 다시 킨들로 전송해 읽습니다. 웹과 PDF전문자료, 그리고 원서까지 읽고 있기 때문에 한글책을 읽을 수 없다는 점 외에는 상당히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국내 전자책들이 현재 어디까지 지원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PDF지원과 함께 Instapaer 와 같은 Read Later 서비스들과 연계한다면 독자들에게 더욱 풍부한 즐길거리를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전자책은 비싸다? 책은 Yes, 단말기는 No!

 전자책에 대한 세간의 인식 중 하나는 '비싸다'는 점입니다. "과연 내가 단말기 구매 후 본전을 뽑을만큼 잘 사용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소비자들의 전자책 구입을 망설이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이에 대한 대답은 '책은 Yes, 단말기는 No'입니다. 

 사실 아직 전자책 시장이 무르익지 않아서인지 책 자체에 대한 가격이 그리 저렴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전자책이 실제 종이책이 아니기 때문에 제작비가 더 저렴할 것이라는 예상에도 불구하고, 책 가격은 오프라인과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 수준입니다. 실제로 "이 정도 차이면 돈 좀 더주고 종이책을 사는게 낫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구요. 시장이 커지면 당연히 가격은 하락하겠지만 아직 가격은 좀 비싸다는 느낌입니다. 

 반면 단말기 가격은 내려가는 추세입니다. 제가 구입한 킨들4의 경우 광고버전이 79불에 불과합니다. 무척이나 저렴하죠. 해외배송을 통해 수수료를 낸다 치더라도 12만원 정도면 쉽게 구입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최근 전자책의 가격 부담을 줄이는 제품이 등장했는데요. 교보문고 전자책 스토어를 사용하는 아이리버스토리K가 바로 그것입니다. 아이리버가 해외시장에 출시했던 아이리버스토리HD를 국내 시장으로 다시 들여온 제품인데요. 약간의 스펙다운이 있긴 하지만 9만9천원이라는, 실로 매력적인 가격에 출시해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이번 아이리버스토리K의 출시로 보건데, 아마 전자책 단말기 가격은 이제 10만원을 기준으로 책정되지 않을까 싶네요. 
 
가격 - 콘텐츠 - 단말기, 삼박자가 성공의 열쇠

 킨들4라는 한정적인 단말기 사용경험에서 시작된 이야기지만, 킨들4가 가장 인기있는 전자책 단말기라고 할 때, 국내 전자책 시장의 성공은 가격과 단말기, 콘텐츠라는 삼박자에 달려있다는 것이 꽤 분명해지는 것 같습니다. 국내 가격 10만원 수준의 합리적 단말기 단가와 단말기 자체의 우수성(가독성, 사용편의성 등), 그리고 매력적인 콘텐츠가 있다면 충분히 성장가능성과 성공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아주 약간이지만 킨들4를 통해 그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킨들4는 미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전자책 단말기입니다. 가격과 단말기 성능, 콘텐츠 세 박자를 모두 잡은 경우라고 할 수 있죠. 이미 존재하는 모델이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금새 이정도 수준의 단말기를 만드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아보입니다. 결국 문제는 콘텐츠네요. 한글책이 풍부하다면 가장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킨들의 사례처럼 Instapaper연동 등 단말기를 콘탠츠 리딩에 적합하도록 만들 수 있다면 그 활용도는 더욱 넓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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